예수정신 어디 두고 탐욕만 물려주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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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편법상속·M&A… 재벌 닮은 교회 세습
황승영 한국성결신문 편집부장·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장
입력 : 2012.09.12 15:16
예수정신 어디 두고 탐욕만 물려주려 하나

지난 6월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을 참회하는 김창인 충현교회 원로목사/ 출처 : 뉴스미션 교회 세습이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다. ‘대형교회 세습1호’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충현교회 김창인(95) 원로목사가 지난 6월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건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공개 회개한 데 이어 기독교대한감리회(임시감독회장 김기택 목사)가 담임목사직, 이른바 교회 세습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리교단이 추진하고 있는 세습방지법안이 교회 안팎으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습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 스스로가 이를 막는 법안을 처음 시도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감리교가 추진하는 장정개정안의 골자는 부모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같은 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는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를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가 담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감리교 세습방지안 통과될까

사실 그동안 감리교는 세습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형교회의 세습은 충현교회에서 시작됐지만 2001년 당시 세계 최대 감리교회인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아들에게 세습하면서 유행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김선도 목사의 동생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도 아들에게 세습했고, 그 다음 동생인 김국도 목사 역시 세습했다. 인천숭의교회, 부평감리교회 등에서는 3대 세습을 아무렇지 않게 진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제 세습은 보편화돼 목회자 사이에서는 “(세습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감리교에서 유독 세습이 많았던 것은 교회권력이 감독(監督·천주교의 주교에 해당하는 감리교에서 가장 높은 직책)에게 집중화되는 ‘감독정치’ 탓이다. 조직의 대표인 감독이 결정하면 반대할 수 없는 행정구조를 갖고 있다. 감리교 세습의 대부분이 감독 출신 교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감리교에서 세습방지안이 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감독과 감독 출신 교회들, 그러니까 이미 세습을 단행한 리더 격인 교회들이 교단의 주요 흐름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9월 임시입법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세습을 할 만한 교회는 다 했다며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감독회장 선거문제로 떨어진 교단 위상을 ‘세습방지법’을 통해 만회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또 세습방지법안은 감독회장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한 ‘미끼 법안’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감리교단의 세습방지 법안이 한국 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더 이상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 교회에는 세습을 막을 만한 자정능력도 상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한국 교회의 문제는 세습이 아니라 세습을 낳게 한 돈과 권력이 더 큰 문제다. 한국 교회의 위기는 돈과 권력이란 욕심에서부터 비롯됐다. 세습을 ‘법’으로 차단하기보다는 대형화에서 비롯된 돈과 권력에서 자유로워져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존경받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앞다투어 세습을 하는 이유는 돈과 권력 때문이라는 것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최근 김창인 목사의 세습 후회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충현교회는 소유 부동산 가치만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교회 재산은 부동산이 전부가 아니다. 1997년 세습 당시 충현교회유지재단·복지재단·충현동산 등 3개 재단법인 등기 재산만 146억원이었는데, 2011년 당회에서 교회 재산이 2조원이라고 이 교회 담임목사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 노른자위 압구정동에 있는 광림교회와 소망교회, 송파동에 있는 임마누엘교회 등이 소유한 부동산 역시 수천억원에 달한다. 강남 대형교회의 한 원로목사는 자신이 키운 교회는 아들에게 물려줘도 아까운 교회라는 표현을 했다. 막대한 돈과 거기에서 오는 권력 때문에 자식에게조차 담임목사직을 넘겨주기가 아깝다는 것이다.

대형교회에서 세습이 많은 것은 돈과 종교권력이 결합되는 특징 때문이다. 대형교회의 세습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물려준 원로목사가 교회를 개척했거나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 교단의 장을 역임했다는 것이다. 교회의 대형화가 창립자의 권력을 강화시켰고, 그런 권력으로 세습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형교회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교단의 실세가 되어 교단 교권을 장악하고 다시 그 교권을 바탕으로 교회를 자식에게 세습하는 금권유착 세습인 셈이다.

이런 대형교회의 세습은 재벌가의 대물림과 유사한 경향을 띠고 있다. 재벌들이 자식을 고속으로 승진시켜 사장으로 만들고 돈을 빼내 공익재단을 만들어 가족을 앉히고 계열사를 떼어 주거나 지분을 싸게 샀다가 비싸게 되파는 수법으로 기업을 물려주고 편법으로 상속하는 것처럼 한다. 교회도 오랫동안 세습을 준비한 교회는 아들을 부목사로 목회 경험을 시켜 직접 물려주기도 하고 물려주지 못하면 재정을 지원해 새 교회를 개척(설립)해 주고 복지재단을 만들어 가족을 앉히고 교회를 통합해 자리를 물려주는 방법 등 대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세상과 구별돼야 할 교회가 재벌의 잘못된 모습을 좇는 것은 한참 잘못됐다. 문제는 재벌의 세습보다 교회의 세습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것이 돼야 할 교회 재산을, 성도들의 피땀 어린 헌금을 목회자 일가가 사유화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회의 공교회성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안에서는 온갖 질타 속에서도 교회 세습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학습과 진화의 과정을 거쳐 합법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교인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교와 훈련을 빙자해 미리부터 세습을 정당화하고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아들 목회자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인식을 계속 심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세습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편법을 동원해 합법의 과정을 밟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기도 부천에 있는 예장합동 소속 K교회다. K교회는 교단 법에도 없는 ‘당회장’과 ‘담임목사’ 이원체제로 돼 있다. 그 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회장’은 아버지, ‘담임목사’는 아들이다. 당회장은 정년이 2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회장을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편법을 동원한 아버지 목사가 현재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연합기관에서 최근 세습을 사실상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는 “후임 담임목사 청빙은 교회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요, 후임자는 자격이 갖추어져 있다면 누구든 청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격만 갖추면 아들이 교회를 물려받더라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견해를 공식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이 기관의 수장을 역임한 K 목사도 세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 목사가 시무하고 있는 W교회는 지난 3월 25일 공동의회를 열고 아들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와 합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아들을 후계자나 다름없는 ‘동사목사’로 삼았다. 은퇴가 가까운 K 목사가 아들을 동사목사로 세우고 함께 목회를 하고 있는 것은 세습을 위한 전초 작업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단보다 무서운 대형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의 주범은 앞서 보았듯이 막대한 자본과 권력이다. 이는 교회의 대형화에서 비롯됐다. 교회가 대형화되기 전에는 교회 세습이나 사유화란 말조차 없었다. 초기 한국 교회 목사들은 가난과 고난을 당연하게 여겼다. 목회자들에게 청빈은 고행이었지만 전도여행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두 벌의 옷조차 허락하지 않았던 예수의 길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보다 훨씬 더 가난했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공동체적이고 형제애로 넘쳤다. 하지만 점점 부유해지고 교만해진 한국 교회는 점점 더 돈과 세상의 힘을 의지하게 됐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물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추구하며, 그것은 결국 재정비리와 교회 세습, 교회 거래로 나타나고 있다. 가난한 시절에는 물질과 권력에서 자유로웠지만 교회가 부유해지니까 물질과 교권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 교회들이 이단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놀랍게도 대형교회다. 입으로는 영혼 구원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교세 확장에 열을 올려 신도들을 빼앗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와 분열을 극복해야 할 한국 교회는 도리어 자체적으로 더 심각한 양극화와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 교회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교회의 공교회성이 파괴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작은 교회들은 대형교회에 신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고 전도를 내세워 교회 성장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렇게 교회를 성장시켜 세속적 가치인 물질과 돈, 권력을 맛본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와 사회를 타락시키고 있다. 교인의 수와 재정이 늘어나자 돈과 명예의 유혹을 받기 시작하고, 그것이 일상화되면서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생각하게 됐으며, 이것을 자기 시대에만 누리기가 너무 아까워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게 된 것이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신앙고백을 외면한 채 성장에만 열중하다 보니 교회가 타락하기 쉽다.


교회의 지상과제는 묻지마 성장

그런데도 많은 교회들이 성장을 마치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듯하다. 묻지마식 성장은 부메랑이 되어 한국 교회의 목을 죄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금융권에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해 교회당이 경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교회당 건축 등으로 대출을 했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헌금 감소와 교인이 줄어들면서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 교회 전체가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돈이 3월 말 기준으로 총 4조9000억원이다.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사의 교회 대출 규모도 4조4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금융권 교회 대출 규모가 9조원에 육박한다. 제3금융권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대출 금리를 6%로만 계산해도 매달 450억원의 헌금이 이자로 지급된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교회 성장이 멈추면서 대출을 통한 무리한 교회 건축이 결국 경매로 귀결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한 교회 건축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거나 교회당이 경매로 넘어가는 교회가 한 해 평균 100여곳에 이른다. 부동산 경매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매로 나온 교회당 매물은 2009년 92건, 2010년 113건, 지난해 96건 등으로 한 해 평균 100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종교단체의 체납된 세금이 100여건에 총 53억원 규모라고 발표했다. 그중 체납된 세금의 90% 이상이 교회였다. 강서구의 한 교회는 340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뒤 예배당 용도로 사용한다며 비과세 적용을 받았다. 그런데 지하 1층에 사우나, 지상에 식당을 임대해 운영하면서도 18억원의 세금을 체납했고 현재 이 체납액이 27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교회는 세금을 체납하면서도 150억원 규모로 교회를 신축했고, 목회자 사택 1채에 한해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을 악용해 빌라 10채를 구입한 뒤 세금을 내지 않았다. 목회자 소득세 납부 운동이 한창인 이면에 벌어지고 있는 교회의 ‘탈세’와 ‘체납’은 한국 교회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사회에 빛이 되라고 했더니 빚만 지고 있고, 소금이 되라고 했더니만 소금 뿌릴 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수를 팔아 나를 영화롭게 할 것인가

교회가 물려줘야 할 것은, 사람이 소유하고 넘겨주고 거래하는 물질적 자본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 등 예수정신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교회로 갈 수밖에 없다. 물질과 맘몬(Mammon·물질적 탐욕)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팔아서 나를 영화롭게 할 것인가? 나를 팔아서 예수를 영화롭게 할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분명한 가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물질에 빼앗긴 한국 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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